* 정운찬 서울대학교 총장은 2월 16일 성균관대학교에서 열린 '200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기자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경제는 많은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봉착해 있으며 고령화 등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하는 데 정부와 사회의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재벌 금융 정부 등으로 구성되는 '3각 체제'가 경제발전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아마추어리즘은 비단 정부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학자들도 명징한 이론적 체계를 바탕으로 현실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노력을 게을리했다며 경제학자들의 자성을 촉구했다. 그는 또 외환위기 이후 진행된 급격한 개방 문제와 관련해선 외국에서 새롭게 도입된 제도들에 대해 (정부당국자들과 경제주체들은) 대충은 알지만 구체적으로는 잘 알지 못해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는 진단을 제시했다. 정 총장은 이 밖에 교육제도의 경직성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대학에 보다 포괄적인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포괄적 자유에는 인사와 예산집행뿐 아니라 신입생 선발 방식에서의 자율성 확대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2월 17일까지 계속된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는 한국경제학회 등 국내 40여개 경제 관련 학회 소속 1000여명의 경제학자가 참가하였다.

2006년 2월 24일 60회 졸업식 거행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 졸업의 영예와 기쁨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학부모님과 가족 여러분, 열과 성으로 가르치고 이끌어 주신 교직원 여러분, 모교의 발전을 위해 늘 성원해 주시는 총동창회장님,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기 위해 귀한 걸음을 해주신 (여러) 전임 총장님과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우리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이 학업을 성공적으로 완결하고 영예로운 학위를 받는 뜻 깊은 날입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졸업생 여러분의 앞날에 무한한 희망과 영광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올해로 우리 서울대학교는 개교 60주년을 맞이합니다. 그 동안 서울대학교 졸업생들은 한국사회의 눈부신 발전을 이끌어 온 주역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오늘 교정을 떠나는 여러분들은 이제 그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의 일원이 됩니다. 동시에 그 자부심을 구체적 현실 속에서 구현하고 성취해 나가야 하는 개인적 책무 역시 여러분의 어깨에 주어졌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부단히 정진함으로써 서울대학교 졸업생으로서의 긍지를 더욱 높이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금 우리 사회는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화의 거친 파고가 바깥에서 밀려들고 있고 우리 사회 내부에서는 다양한 갈등과 긴장들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안팎의 위기들을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21세기형 발전모델을 형성해야 할 큰 숙제가 우리 모두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현재의 문제들은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지혜와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그만큼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와 고도의 지적 감수성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나는 여러분들이야말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창조적인 대안을 만들어내고 얽힌 문제들을 해결해낼 자질을 갖춘 인재라고 확신합니다.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면서 “큰 배움”을 이루어가는 대학 본래의 뜻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실천해 간다면, 개인적으로도 성공하고 사회적으로도 존경 받는 여러분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만큼 윤리적이고 균형 잡힌 자세가 요청됨을 잊지 말기 바랍니다. 지난 몇 달간 우리는 경쟁에서의 승패와 결과에만 집착할 때 자칫 얼마나 심각한 오류를 범하기 쉬운지를 또렷이 목도한 바 있습니다. 눈앞의 성과와 공명심에 현혹되어 정도를 벗어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가난과 빈천도 올바르지 않으면 벗어나지 않고 부귀와 영예도 바른 길이 아니면 취하지 않는다”고 하였던 옛 성현의 ‘항상심’(恒常心)을 이어받기를 바랍니다. 마음에 그릇됨과 치우침이 없는 ‘사무사’(思無邪)의 정신이 충만한 지성인으로서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는 여러분이 되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가족 친지와 동문 여러분,
21세기 한국사회가 안팎의 도전을 지혜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식창출과 인재양성의 중추기관인 대학이 본연의 소임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의 반열에 올리는 견인차의 역할을 하도록 헌신적 노력과 혁신을 계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 수준에 걸맞는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로부터의 전폭적인 지원과 성원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제도와 운영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합니다. 총장선출 조차 외부의 간섭과 규제를 받는 상황에서는 창의적인 대학운영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가 이러한 제반 여건을 갖추어서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졸업생과 동문, 학부모 여러분께서 지혜와 힘을 모아주시기를 이 자리를 빌어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특히 오늘 교문을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은 애정 어린 관심을 갖고 모교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오늘 여러분이 받는 영예로운 학사, 석사, 박사 학위는 그 동안 여러분이 쏟은 노력의 열매인 동시에, 여러분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짊어질 인재로 거듭나기를 다짐하는 국민적 약속의 징표입니다. 부디 오늘의 이 엄중한 약속을 가슴에 품고, 밝고 희망찬 미래를 향해 웅비하기 바랍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이 우리 사회의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으로,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우뚝 서길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졸업생 여러분의 새 출발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총장 정운찬>


2006학년도 신입생 3,469명 들어와

서울대학교는 3월 2일(목) 오전 11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2006학년도 입학식을 가졌다.
변창구 교무처장의 학사보고에 이어 경영학과 김중배 군이 신입생 3,469명을 대표하여 신입생 선서를 했다.
정운찬 총장은 입학식사를 통해 ‘창의적이며 개성적이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엘리트로의 성장’과 ‘국가와 사회에 윤리적 책임을 다하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노블리스 오블리주 함양’을 당부했다.
국내 외부 인사로는 처음으로 초청되어 축사를 한 성공회대 신영복 교수는 대학시절이 인간적 품성의 크기를 키우는 시기가 되어야 하며, 냉철한 이성의 머리와 뜨거운 감성의 가슴을 보다 멀리, 보다 넓게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신교수는 대학이 사회의 정신을 지키는 창조적 공간이 되도록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신영복(상대 17회) 동문 축사>

여러분들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4년을 시작하는 날입니다. 그 아름다운 시작을 이처럼 가까운 자리에서 축하하게 된 나 자신도 마치 47년 전으로 되돌아 간 듯 대단히 행복합니다. 나에게는 여러분이 지금 시작하는 4년의 대학 외에 또 하나의 대학이 있습니다. 20년의 수형생활이 그것입니다. 나는 그 20년 역시 “나의 대학시절”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개의 대학시절 동안 깨달은 것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첫째,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키우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대학시절에는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보다는 그릇 자체를 키우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대학시절 이후에는 그릇을 키우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릇이 작아지고 굳어집니다. 그릇이란 물론 인간적 품성을 의미합니다. 인간적 품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이성과 감성을 열어야 합니다. 대문을 열면 마당이 넓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역사와 미래를 향하여 열어야 하고, 한포기 민들레를 향해서도 열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먼저 그릇을 비우고 그릇 자체를 응시하고 키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당장 소용되는 것들로 그릇을 채우려고 하기 보다는 더디지만 느긋한 걸음걸이로 냉철한 이성의 머리와 뜨거운 감성의 가슴을 보다 멀리, 보다 넓게 열어가야 합니다.
둘째, 대학시절에는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나와 함께 징역살이를 한 노인 목수 한 분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그 노인이 내게 무엇을 설명하면서 땅바닥에 집을 그렸습니다. 그 그림에서 내가 받은 충격은 잊을 수 없습니다. 집을 그리는 순서가 판이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붕부터 그리는 우리들의 순서와는 반대였습니다. 먼저 주춧돌을 그린 다음 기둥, 도리, 들보, 서까래 맨 나중에 지붕을 그렸습니다. 그 분이 지붕을 그리는 순서는 집을 짓는 순서였습니다. 실로 일하는 사람의 그림이었습니다. 세상에 지붕부터 지을 수 있는 집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붕부터 집을 그리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지붕부터 집을 그리는 창백한 관념성을 청산하고 주춧돌부터 집을 그리는 튼튼한 사고를 길러야 합니다. 책과 교실, 종이와 문자에 갇히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대학시절에는 평생을 함께 살아갈 동반자를 발견해야 합니다.
대학 4년 동안에 여러분은 평생을 함께 할 사랑하는 반려자를 찾아야 합니다. 사랑은 자신을 빛나는 꽃으로 만들어줍니다. 그가 내게로 달려와 꽃이 되고 내가 그에게로 달려가 꽃이 되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자신을 아름답게 꽃피우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본질에 있어서 자기를 뛰어넘는 비약입니다. 나는 어느 시나리오에서 왜 그 사람과 결혼하기로 결심하였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답변한 대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Because I really conceived I could be a better person with him."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간다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결혼을 결심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뛰어넘음으로써 자신을 키우는 비약 그 자체입니다. 한 개인에 대한 사랑도 물론 아름다운 것입니다만 여러분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우리시대, 우리사회의 어떠한 사람들을 사랑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어떠한 사회, 어떠한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더 큰 비약입니다. 자기를 뛰어넘는 사랑, 좋은 사회, 훌륭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사랑에 대하여 생각해야 하며 여러분은 지금부터 그러한 사랑을 준비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