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연 칼럼> 이재명 후보의 말 말 말 :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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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1-12-15 16:57 조회2,615회 댓글0건본문
<선사연 칼럼> 에서 전재함
[이재명 후보의 말 말 말]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선거를 축제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다. ‘오징어 게임’ 못지않은 사생결단의 싸움판이다. 대통령후보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계층의 사람을 만난다. 가는 곳과 만나는 사람에 따라 강조하는 말이 달라지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모순되는 말이나 틀린 말을 해선 안 된다. 말의 일관성과 진정성이 없으면 유권자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의 발언은 너무 현란해 그 뜻을 종잡을 수가 없다. 그는 이달 초 전북 전주 유세 도중 “우리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께서 ~~”라는 표현을 썼다. 그랬다가 며칠 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라고 말을 뒤집었다. 존경한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건 코미디에서 하는 ’아무 말 대잔치‘와 다를 바 없다. 그 여파로 “특검하자고 하니 진짜 특검하자는 줄 알더라”, ”형수 욕설 사과했더니 진짜 사과한 줄 알더라”, “대통령 되면 서민 섬기겠다고 했더니 진짜 섬기겠다는 줄 알더라” 같은 패러디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대장동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던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데에 대해 이 후보는 “몸통 놔두고 엉뚱한 데를 건드린 탓”이라는 말까지 했다. 어이가 없다. 박정희 대통령과 전두환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게 진짜인지 알 수 없다. 본인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도 “국민이 반대하면 할 수 없다”고 말해 놓고는 “철회한 적이 없다”고 뒤집었다. 이렇다 보니 이 후보의 말과 공약을 곧이곧대로 믿기가 어렵게 됐다. 종전 선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를 겨냥해 "친일을 넘어선 반역 행위"라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많은 국민이 친일파 내지 반역자로 몰릴 판이다.
이 후보는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강연회에서 “가난한 사람이 이자를 많이 내고 부자는 원하는 만큼 저리(低利)로 장기간 빌릴 수 있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언뜻 듣기에 그럴듯한 것 같지만 시장 원리와 금융에 대한 기본 상식에 배치되는 틀린 말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표를 노린 ‘금융 포퓰리즘’이다. 금리는 자금의 수요 공급과 기타 모든 경제 상황을 고려해 결정된다. 실제로 은행이 대출을 집행할 때에는 신청자의 신용등급이나 상환 능력과 담보가치를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한다. 신청자가 부자인지 가난한지가 기준이 아니다. 그런데도 부자와 가난한 자로 편 가르기를 해서 금리를 결정하는 것처럼 호도한다.
잘못 알고 한 말이나 틀린 말, 실수로 한 말은 바로 잡으면 된다. 그러나 잘못한 걸 모르거나 생각 자체가 잘못돼 있다면 심각하게 따져 볼 일이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말 바꾸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후보가 하는 말의 참뜻을 묻는 건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나 사상, 품성을 나타낸다. “과장된 말은 인플레이션, 약속을 실천하지 못하는 말은 부도 수표, 의식적인 거짓말은 위조지폐와 같고 정치인의 말은 보증수표와 같이 정확해야 한다.” 일찍이 고(故) 강원룡 목사가 한 말이다. 정치인들이 권력 획득과 유지의 수단으로 막말과 거짓말, 저급한 말을 함부로 하고 스스로 한 말을 바꾼다. 국민은 그런 말에 울분을 터뜨리기도 하지만 또한 그런 말의 옳고 그름보다 내 편, 네 편의 잣대로 판단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의 막말과 거짓말을 들자면 한이 없다. 헛된 주장도 문제다. 지금 진짜 중요한 건 우리의 미래다. 경제와 민생을 어떻게 살리고, 안보와 외교는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 여야 정치권과 대통령후보들은 이런 국가적 현안들을 풀기보다 돈 풀기 경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국민이 무슨 죄가 있다고 세금을 판돈 삼아 벌이는 정치인들의 ‘표 계산 놀음’ 비용이나 물어 주고 허튼 말장난에 놀아나야 하는가.
중요한 건 국민의 선택이다. 우리는 번번이 최선이 아닌 차악(次惡)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하는 상황을 맞곤 했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이며, 어떤 나라를 만들려고 하는가? 이대로 좋은가? 더 좋은 세상을 바라는가? 국민만이 정치인의 무책임한 ‘말 폭탄’과 일그러진 행태를 응징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세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를 선택할 수 있는 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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