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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연 칼럼: 퍼주기 경쟁과 대통령 뽑기 : 류동길 (경제학과 1958입학, 숭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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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2-01-21 16:23 조회2,7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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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주기 경쟁과 대통령 뽑기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대통령선거일이 다가온다. 국가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냐를 두고 정당과 후보들이 경쟁을 벌이고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대선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선 모습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유력 후보 본인과 가족 문제로 시비하다가 듣기에도 민망한 쌍욕을 하는 후보의 육성이 전파를 타는가 하면 후보 부인의 녹취록 파일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런 비호감 대선, 난장판 대선을 치러야 하는 국민은 참담하다.

 

후보들은 가는 곳마다 복지 공약과 통 큰 퍼주기 경쟁을 벌인다. 나라가 어찌되든 표 얻는 말만 하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수십조 원, 수백조 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으면서도 재원 마련 방안에는 말이 없다. 그러고서도 경제가 제대로 성장한다면 그건 정책이 아니라 마술이다. 이런 대선 치르고 나면 포퓰리즘으로 무너진 남미와 남유럽 몇 나라처럼 되는 건 시간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똑같이 주택 250만호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1기 신도시(일산·분당) 29만호, 2기 신도시(판교·위례·광교·운정 등) 60만호와 비교해 보면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건 당연하다. 더욱이 이 후보는 그중 100만호는 ‘기본주택’으로 지어 서민들이 월세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한 채에 3억 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300조원이 소요된다. 윤 후보의 경우 30만호는 ‘청년원가주택’으로 분양하겠다고 했다.

 

건강보험 적립금이 ‘문재인 케어’로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데도 이 후보는 탈모(脫毛) 건강보험 적용 공약까지 내놓았다. 앞으로 성형수술도, 화장품도 건보를 적용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병사 봉급 월 200만원, 청년수당, 장년수당, 출산 장려금을 비롯한 각종 복지·개발 공약도 수두룩하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 피해를 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14조원의 추경을 이달에 추진하고, 여야 후보들은 추경 규모 증액을 주장한다. 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이 갑자기 생긴 게 아닌 만큼 올해 본예산에 미리 반영해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추경을 짜겠다는 속내는 무엇인가?

 

나랏빚은 이미 걱정할 단계를 넘어섰다. 올해 국민 1인당 나랏빚이 2000만원을 웃돈다. 나랏빚 증가 속도는 세계 최고다. 그런데도 재정 적자 감축이나 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퍼주기만 주장한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도 걱정 없다는 무책임한 소리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무식하면 용감한 것인가? 외국인 투자자들은 재정건전성이 나빠지고 국가채무 규모가 커지면 이 나라를 떠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라. IMF 환란을 이겨낸 것도 당시 재정이 꽤 건전했던 덕분이다. 세계 최저 출산율과 최고 속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세대에게 빚을 떠안기면 어쩌라는 것인가?

 

포퓰리즘이 판치는 선거판이 되면 후보들은 퍼주기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대선판이 그러하면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 많이 퍼주겠다는 게 판단의 근거가 돼서는 안 된다. 올바른 국가관과 국익을 앞세운 안보외교, 기업을 부추겨 제대로 된 일자리 만들고 성장과 복지를 함께 실현하는 정책으로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후보를 찾아야 한다. 자기편 사람을 쓰는 게 아니라 전문가를 알맞은 자리에 기용해서 나라를 경영하는 그런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대선은 말 잘하는 사람 뽑기도, 많이 퍼주려는 사람 뽑기도 아니다.

 

대통령이 되면 주어진 임기 5년 간 업적을 남기려는 것이야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소 10년 또는 20년 후의 바람직한 국가 모습을 그려 보고, 그런 국가를 이루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5년 동안 하는 것이 대통령의 진정한 책무다.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나라’ 만들기 같은 섣부른 정책으로 나라 거덜 내려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민을 뛰게 해서 좋은 나라 만들 후보는 누구인가? 영리한 궁수(弓手)는 활의 힘이 미치는 곳을 계산해서 목표물보다 훨씬 높은 곳을 겨냥한다. 그래야 목표물을 맞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있는 말이다. 우리는 당장의 성장률이 낮고 일자리가 부족한 것만을 걱정하는 게 아니다. 진짜 걱정은 한국의 안보와 미래다.

 

<선사연 칼럼,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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