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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족 리스크` 덫에 빠진 대선 : 류동길(경제학과 1958입학)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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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1-12-23 20:43 조회2,4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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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가족 리스크` 덫에 빠진 대선

 

<디지털타임스. 2021-12-24>에서 轉載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코로나 사태는 출구가 안 보인다. 정부는 준비도 제대로 못한 채 섣불리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카드를 내밀었다가 다시 후퇴했다. 그동안 정부가 자랑하던 K-방역의 허점은 이미 드러났고 국민은 그걸 다시 확인하고 있다.

 

코로나에 갇힌 어두운 삶을 살면서도 국민은 밝은 세상을 바라며 희망을 대통령 선거에서 찾고 싶었다. 그러나 정치판은 지친 국민을 일으켜 세우기는커녕 짜증만 부추긴다. 유력 후보의 공약이나 정책, 비전은 보이지 않고 본인들의 자질 논란에다 가족 리스크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각종 스캔들에다 대장동 게이트와 관련돼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장남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까지 터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고발사주 의혹에다 부인의 허위이력 의혹을 받고 있다. 두 후보는 국민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두 후보와 관련된 악재는 계속 불거지고 있어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돼있다.

 

후보에 대한 검증은 철저해야 한다. 후보 가족에 관심을 가지고 검증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가족의 검증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정답은 없다. 우선 후보자가 관여한 것인가를 따져야한다. 예컨대 후보자가 자녀의 입시 비리나 기타 부당한 일에 관련돼 있다면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건 당연하다.

 

국민의힘에서는 "후보자가 관여하지 않은 가족의 개인사와 관련된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재명 후보의 장남을 고발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정쟁 선거에서 정책 선거로 전환하자"고 했다. 그러나 네거티브 종식은 말의 성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상대가 장인의 좌익 이력을 문제 삼자 "그러면 사랑하는 아내와 이혼하란 말이냐"라고 외쳐 국면을 벗어났다. 그는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살고 있는데 뭐가 잘못됐냐"며 정면 돌파했다. 그는 당당했다. 국민은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어떤 경우든 인신공격이나 거짓을 꾸며 상대에게 타격을 입히는 작태에는 책임을 물어야한다. 과거 김대업의 병풍사건은 대선의 향방을 바꾸는데 한 몫 했다. 선거 후에 가짜라는 게 밝혀졌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간 뒤가 아니었던가.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데도 국민의힘은 그런 여론을 흡수하지 못하고 내분에 휩싸여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집을 온통 태울 바보들의 불장난이다. 대장동 관련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또 터져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돼있다.

 

선거가 다가오니 여권은 부동산 보유세와 공공요금 인상을 보류한다고 한다. 땜질 선거용에 불과한 것일 뿐, 선거 끝난 뒤 인상할 것이라면 보류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증세를 밀어붙이던 여당이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정권교체라는 표현을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쓴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실패하고 있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족리스크를 빨리 정리하고 당당히 정책대결을 하라. 물가는 뛰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들고 있다. 외교와 안보, 경제, 민생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처럼 쌓여있다. 대선은 국가적 과제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기회다. 그런 기회를 허접한 논쟁으로 낭비할 일인가.

 

정당과 후보의 공약과 정책, 비전을 철저히 따질 때다. 말을 자주 바꾸는 후보의 진짜 입장이 무엇인가도 물어야 한다. 정부의 돈 씀씀이부터 철저히 점검하고 국민의 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제시하라. 세금폭탄 퍼부으며 돈 풀기 경쟁을 하는 걸 정책이라고 착각하지 마라. 어떤 나라를 만들어 국민의 삶을 살필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어느 특정 세대나 계층의 환심을 사려고 달콤한 말을 쏟아내지 말고, 대한민국을 제대로 살리는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라. 좋은 나라 만들 좋은 대통령을 뽑아야하는데 덜 나쁜 사람을 뽑을 수밖에 없는 국민은 진짜 당혹스럽다. 하지만 국민만이 정치판 선거판을 뒤집을 수 있고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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