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年 58會-1958년 서울商大 入學同期- 送年會/ 柳東吉-경제학과 5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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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4-11-27 22:44 조회184회 댓글0건본문
2024年 58會-1958년 서울商大 入學同期- 送年會
柳東吉
<잔칫날 식전 풍경>
https://youtu.be/bptvKBleIrc <---여기를 클릭하시면 영상을 보실 수 있슴
첫눈이 내린 날 2024년 11월 27일(수) 낮 12시, 서울상대 58회 송년회는 EL 타워 8층 엘가든홀에서 열렸다. 11월 폭설은 117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온 세상이 은빛으로 물들었다. 잎새 떨어진 나뭇가지마다 꽃을 피운 서설(瑞雪)은 우리의 송년회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첫눈 내리는 날의 송년회는 무언가 앞으로 행운이 따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달려갔는데 먼저 온 친구들이 가볍게 칵테일을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모두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혹시 이름을 잊지 않았을까 걱정한 최정규 총무의 아이디어였으리라. 자주 만나는 얼굴,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이 섞여 잔칫날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잔칫날이란 원래 그렇게 시작되는 법 아니던가.
<총회를 겸한 송년회>
총회를 겸한 송년회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모임이다. 해를 넘기려면 한 달이 더 남았는데도 좋은 친구들 얼굴 보고 싶어 일찍 열린 건가. 나타난 얼굴은 57명이었다.
최정규 총무의 개회 선언에 이어 순국선열과 먼저 간 친구들께 묵념하는 순서를 가졌다. 320명 입학해서 133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올해 유명을 달리한 친구들이 13명이나 됐다. 이제 남아있는 친구들은 해외 거주 27명을 포함, 모두 187명이다.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명복을 비는 시간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인생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이라고 했지만, 그들의 명복을 비는 일 이외에 달리 할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어찌하는가. 그게 인생인걸.
오광형 회장은 우리 58회의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회원 모두는 각자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대단한 친구들이라는 인사말에 이어 올해에도 친구들이 1천50만 원의 협찬이 있었다며 기금확충에 협찬한 동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 회장은 마지막으로 간절한 부탁이 있다고 운을 떼자 무슨 심각한 이야기인가 하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나온 말은 “우리 늙지 맙시다”였다. 늙고 싶어 늙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오 회장의 소망은 눈물겹도록 간절했다. 비록 늙더라도 건강을 잃지 말자고 계속 만나자는 뜻이었으리라. 총회는 회의를 방해하는 총회꾼이 없어 간단히 끝났다.
<사공일의 Trumponomics Lecture>
송년회라고 하지만 국내외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값진 일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트럼프의 재등장은 한국은 물론 세계적 관심사다. 트럼프의 경제정책(Trumponomics)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듣고자 사공일을 불러냈다. 사공일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정치 경제 외교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미국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것이지만, MAGA의 경제적 측면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즉 미국은 Made in USA의 영광을 찾고, 경상수지 적자를 탈피하며, 달러화의 기축통화 역할을 다지겠다는 것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핵심은 관세인상, 법인세 등 세율 인하, 불법 이민자 퇴출, 정부지출 삭감,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 혁파 등으로 요약했다. 트럼프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은 인플레와 임금인상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고, 세계적 관세전쟁을 일으켜 세계는 새로운 냉전(new cold war)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까지 보인다. 그런 경우 세계 경제는 어려움을 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세계 경제가 어찌 되건 트럼프는 자기 뜻을 펼칠 것임으로 대미 흑자국인 한국은 트럼프노믹스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걸 강조했다.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고 한국의 조선산업은 대미협력이 가능한 분야라는 희망적 전망을 했다. 어떤 환경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응책을 찾으면 활로는 있다는 것이다.
<서영택의 건배사>
술맛 돋우는 게 건배사다. 건배사에 건강 이야기가 빠질 수 없다. 서영택은 나이를 잊고 건강을 유지하며 좋은 친구들 자주 만나 즐기자고 했다. 또한 가정의 행복도 기원했다. 좋은 말만 했다.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는가. 무슨 말을 더 붙이랴. 서영택의 덕담을 끝으로 오찬은 시작됐다. 팔팔하던 우리가 이제 건강과 장수 이야기할 나이가 돼 있지만, 사실 건강은 좋은 친구와 함께 어울리고 즐기는 데에 있는 것 아닌가.
<우리의 아름다운 동행>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 세 가지는 지금, 여기,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톨스토이의 말이다. 우리는 오늘 EL 타워 엘가든홀에서 친구들과 만났다. 그 장면들이 눈에 선하게 다가온다. 이어령은 ‘인생은 한 컷의 프레임’이라고 했다. 한 컷 한 컷을 연결하면 파노라마처럼 보이지만 중요한 건 오늘 우리가 즐긴 한 컷 한 컷의 장면이었다.
우리는 오늘 행복했다. 웃고 즐기는데 누구 허락받을 일이던가. 얼굴 한번 보자는 모임에 나타나서 한바탕 웃었다. 만나지 않으면 잊힌다. 잊히면 슬픈 일이다. 그래서 만나는 거다. 노년의 적은 외로움과 소외감이라고 했다. 친구와 만나고 전화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에게는 기쁨과 행복감이 넘친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스스로 만들면 어떤 곳, 어느 때든지 있고,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 어디에도 또 어떤 때에도 없다. 좋은 친구들 얼굴 한번 보고 웃고 말 섞는 데에 행복이 있는데 엉뚱한 데에서 행복을 찾을 일은 아니다.
똑같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라도 숙성된 와인의 가격은 와인을 만든 해를 뜻하는 vintage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른바 빈티지 효과다. 우리가 처음 만난 1958년은 우리에게는 특별한 해다. 빈티지 효과는 우리에게도 있었다고 믿고 싶다. 빼어난 인재들과 어울리다 보면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법이니까.
1958년으로 돌아가 보자. 국가 경제의 앞날은 암울했고 돌파구는 보이지 않았지만 때때로 향토 장학금으로 막걸리 마시며 낭만을 즐겼고 불굴의 기개와 젊음의 열정을 잃지 않았다. 4·19와 5·16도 겪었다. 모두가 금융계, 실업계. 관계, 학계, 정계에서 열심히 활동했고 지금도 여러 분야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친구들이 많다. 우리 58회 친구들은 경쟁하고 협력하며 아름다운 동행을 했다. 언제까지 아름다운 동행을 계속할 것인지 누가 알랴만, 쉼 없이 앞으로 달릴 것이란 믿음은 있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살아있는 나무만이 흔들린다. 나무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서 흔들린다. 괴테는 목표에 대한 열망이 있기에 방황하는 과정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우리는 살아오면서 흔들리고 고뇌하고 방황했다. 그러나 목표가 있었기에 그런 시련을 이겨내고 크고 작은 파도를 넘어 무언가를 이뤘다. 우리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도 좋은 거 아닌가.
<아름답게 늙어가자>
앙팡 떼리블 같던 청년 시절을 지낸 우리들이 어느덧 80을 넘어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노인에게는 하루는 지루하고 길어도 1년을 빠르다고 했다. 오늘 하루는 빨리 흘렀고 행복했다. 여백(餘白)은 그림이나 문서, 화면 등에서 아무 내용이 없이 비어 있는 공간. 채우지 못한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워둔 공간이다. 친구들과 송년회를 한다고 비워둔 시간, 오늘은 그 여백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우리는 살았던 고향, 일했던 곳이 달라도 우리의 뿌리는 종암동 옛터, 거기서 날개를 달았다. 우리는 바라든, 바라지 않든, 서로 연결돼 있다. 사람은 물질적 소비에서 욕망을 충족한다. 사람과 사람과의 좋은 관계에서도 물질적 소비에서 느끼는 충족감과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 그것은 무형의 재화, 즉 관계재(關係財)다. 우리 58 회원은 좋은 관계재를 많이 가진 부자들이다.
나이가 들면 늙는다. 늙는 건 보편적인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답게 늙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고 선택적이다. 곱게 물든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고 했다. 잘 늙으려면 엄청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름다운 노년은 예술작품이라고 하지 않던가. 예술작품이라면 무언가 남다른 매력이 있어야 한다. 그런 매력은 유머 감각과 세련미,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태도와 기술이고, 그걸 런던 정치경제대학 캐서린 하킴 교수는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라고 했다.
조금 전까지 통했던 상식과 지식이 쓸모없는 것이 되는 세상이다. 인공지능(AI) 시대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있다. AI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변화를 추종하는 건 버겁지만, 이해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사람은 호기심이 없어질 때 늙는다고 했다. 버트런드 러셀은 세상 돌아가는 것, 여러 분야의 지식,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관심 분야가 많을수록 행복해질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계속 만나야 할 친구들>
역사는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58회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 흔한 정치 이야기가 없으니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우리의 만남은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어서 맑고 밝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얼굴들이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옛 모습 그대로라고 한다. 누가 그 말의 참뜻을 모를까만 속이고 속는 척 하면서도 즐거운 게 친구다.
좋은 친구가 있어 웃을 수 있는 건 행복이다. 송년회를 마치면 한 해가 간다. 그러나 2024년이 가려면 한 달이나 남았다. 만나고 싶으면 언제 어디서든 또 만나야지. 만남처럼 기쁘고 축복받을 일은 없다. 송년회를 준비하느라 애쓴 오광형 회장과 최정규 총무의 노고를 기억하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2024년 11월 27일 류동길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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