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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이야기 / 홍성웅 (경제학과 58학번,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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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4-09-18 19:40 조회3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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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도시의 이야기]

홍성웅 (경제학과 58학번,경제학 박사)

 

 1. Mystic, Conn.:람보르기니(Lamborghini) 옆에서

미 동부 커네티컷 주에는 미스틱(Mystic)이라는 작은 어촌이 있다. 보스턴에서 차로 2시간 넘게 걸리는 곳이지만 보스턴을 방문할 때마다 운전을 하여 찾아간다. 은퇴하여 번잡한 세상사를 멀리하고 사는 선배를 만나기 위해서다. 어촌 한복판에 괜찮은 해산물 전문식당이 있다. 그 곳에 갈 때마다 들리는 만남의 장소다. 이 나이에 먼 거리를 운전을 하느라 수고한 내 자신에게 주는 상인 셈이다.

지난 여름 선배 내외와 같은 장소에서 점심 약속을 했다. 내가 식당에 도착히여 앞마당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렸다. 때마침 한 중년의 신사도 주차를 끝내고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현란한 붉은 색의 램보르기니 (Lamborghini) 차 였다. 주차장과 접한 식당입구에 서있던 한 늑수구레한 노신사가 차에서 나오는 램보르기니 차 주인에게 미소를 머금고 말을 건넸다. “요즈음은 람보르기니도 대여하는 모양이네요(I didn’t know that you can rent Lamborghini)”. 그 말에 램보르기니 차 주인은 말 없이 미소를 지었다. 마치 ‘네, 내가 오늘 좀 너무 나갔나요?’라는 말을 대신한 것 같다.

나는 주차장에서 벗어나 선배가 기다리는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도개교(跳開橋)가 내다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해산물 식사를 했다. 덜 익은 굴 튀김을 먹다가 아예 생굴을 먹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는듯 보이는 작은 마을은 19세기 초 고래잡이와 조선업으로 번창던 어촌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바닷가 숲속에 큰 저택들이 곳곳에 숨어있다. 이 마을에는 여러 대를 내려 온 소위 ‘토박이 부자(old money)’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마을의 역사 때문인지 이 작은 뉴잉글랜드의 촌 도시는 2022년 가계 평균소득이 14만 불이나 된다. 미국 평균가계소득의 세 배애 가깝다.

이 작은 어촌에서 이탈리의 스포츠 카에 대한 생면부지(生面不知)인듯 한 노신사들 사이에 오고 간 농(弄)섞인 대화를 생각해 보았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특히 남의 외양에는 무관심을 한 것으로 알려진 나라, 미국의 작은 어촌 주차장에서 듣는 두 노인의 대화에서 절제(節制)와 검약(儉約)이라는 막스 웨버(Max Webber)가 말하던 뉴잉그랜드 청교도의 흔적을 빌견한 것 같았다.

토박이 부자가 많이 사는 뉴잉글랜드의 어촌에서 람보르기니 정도의 차는 이야기 거리가 못될 것이다. 그런데도 스포츠 카를 타고 나온 날에는 젊잖은 노신사도 바닷바람처럼 짠 맛이 나는 약간 짖궂은 농거리는 되는 모양이다.

 

2. 종로구 재동(齋洞) 네 거리에서:

얼마전 친구들과 재동에서 점심을 했다. 재동은 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근처 선대부터 사시던 집에서 국민학교 5년을 다녔고 또 부산피난서절을 거처 서울로 돌아와 천막교사 시절을 마치고 중고등학교의 끝 마무리도 이 곳에서 했다.

날씨가 좋아 재동 네 거리에서 비원(秘苑)에 이르는 길가 인파는 걷기도 어렵게 붐볐다. 삼청동 한옥마을과 전통 한식당을 찾는 인파인듯 싶다. 화사한 봄볕의 광채와 젊음이 뿜어내는 생동감으로 거리는 현기증이 나도록 눈이 부셨다. 상춘객 속에 외국인들도 꽤 많았다. 그 가운데 나이가 지긋한 외국인 노부부가 지하철 입구에 서서 신기한 표정으로 인파를 바라 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해외 나들이한 노인들로 보였다. 이 분들은 6.25때 참전한 삼촌이나 할아버지의 한국 이야기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놀라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세계 어디를 가나 활기차게 관광을 다니는 우리 젊은이들을 볼 수 있다. 작년 이탈리아 여행 중 아말피(Amalfi) 해변을 즐기며 활기차게 걷는 젊고 세련된 한국 관광객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서구인이 부럽지 않은 좋은 체격에 당당한 우리 젊은 이들을 보면서 내가 덩달아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우리 세대는 이 땅의 해묵은 가난을 기적처럼 극복헀다. 이러한 성취를 자축하고 또 드러내 보이고 싶은 심정은 인간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젊은 세대의 과시적 소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과소비를 위한 ‘영끌’이라는 소비행태를 걱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다. 압축성장을 한 우리 사회의 뉴보리치(Nouveau Riche) 같은 행태를 달갑지 않게 생각는 시선(視線)이다.

작년 커넥티컷의 해산물 전문식당 주차장에서 이탈리아 스포츠카를 두고 악의없는 농담과 너그러운 미소를 주고 받던 두 노인의 여유로움이 생각난다. 이와 같이 성숙한 사회의 여유와 자신감이 만들어 지기까지 우리 사회는 뉴보리치의 행태나 ‘영끌’의 과시욕도 피할 수 없이 거처야 하는 성장통(成長痛)이 아닐까?

재동 네 거리의 활기찬 인파 속에서 나는 혼란스럽다.

 

☆필자 홍성웅 박사(경제학과 58학번)의 양해를 구하여 여기에 소개드립니다.유노상(경제학과 58학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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