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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8총회·송년회를 마치고 - 柳東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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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3-10-20 09:58 조회1,1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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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58총회·송년회를 마치고]
柳東吉

류동길.jpg

2023년 10월 19일 12시 ‘서울상대 58회 2023년도 총회와 송년회’라는 현수막이 걸린 취영루 2층 홀. 현수막은 잔치 분위기를 자아내는 묘한 마력이 있다. 나타난 얼굴은 58 회원 55명에 부인 12명 모두 67명, 58 회원만 따지면 지난해 62명에 비해 조금 줄었다. 320명 입학에 120명이 세상 떠났으니 해외 거주 31명을 포함, 남아있는 친구들은 200명, 먼저 떠난 친구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의 시간은 표현하기 어려운 허무함 바로 그것이었다. 명복을 비는 일 이외에 할 일이 없다는 무력감을 어쩌겠는가. 그게 인생인걸. 


민창기 회장의 개회 선언으로 총회는 시작됐다. 정영일 교수는 행복도 사회적 관계를 어떻게 맺고 사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면서 좋은 공동체 만들고 다양성을 포용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자는 멋진 축하의 말을 했다. 


LA에서 날아온 이명선은 그의 인생이 담겨있는 회고록 [성실]을 출판하고, 이번 총회와 송년을 위해 1000만원을 협찬하면서 “오늘은 제 인생에서 제일 기쁜 날”이라고 했다. 58년 전 미국으로 떠난 일을 회상하며 감개무량하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갖은 고생 끝에 성공한 사업가의 모습을 보는 우리의 마음도 가벼웠다. 행복의 비결은 베풀거나 너그러움에 있다고 했다. 남에게 베풀고 나눌 때 두뇌 어느 영역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따뜻한 빛(a warm glow)을 발하는 것 같은 뭉클한 기쁨을 얻는다는 연구도 있지 않던가. 


총회라고 하지만 시비할 거리가 없으니 모든 안건은 박수로 통과. 그동안 수고했던 민창기 회장은 물러나고 오광형이 신임 회장으로 선출됐고 감사에는 권영술 최종우가 맡게 됐다. 민창기 회장의 노고에 모두 감사한 마음을 표했고 오광형 신임 회장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기대를 모으는 결기를 보였다. 권력 이동에도 흔들리지 않는 조직이라면 그런 조직은 대단한 조직이다. 58회가 바로 그런 조직이니 얼마나 좋은가. 오광형 호의 앞날에 거는 기대는 상상을 초월하리만큼 크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10월의 총회와 송년회는 어쩐지 좀 낯설었다. 그러나 만나서 얼굴 보는 게 목적이면 만나는 건 즐거운 일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드라마도 있지 않던가. 모두 가슴에 이름표를 붙였다. 오랜만에 만나는 얼굴들도 있어 혹시 친구들 이름을 잊었을까 봐 그렇게 준비를 한 모양이다. 


오찬은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조갑주의 건배사로 시작됐다. 그렇게 팔팔하던 우리가 이제 건강과 장수 이야기할 나이가 돼 있지만, 사실 건강은 좋은 친구와 함께 즐기면서 가는 데에 있다고 했다. 와인 잔을 기울이는 테이블마다 이야기꽃은 만발했다. 꽃 중에서 최고는 이야기꽃이라고 했다. 잔치 분위기는 약간 시끌벅적해야 제격이 아니던가.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역사는 만남에서 이루어진다. 우리 58회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58회 친구들 얼굴 보는 것 자체가 기쁨이다. 친구와 웃고 즐기면 엔도르핀, 감사함과 행복감을 포함한 광범위한 감정을 느끼면 세로토닌, 감격하면 다이도르핀이 몸에서 나온다고 했다. 다이도르핀은 엔도르핀보다 무려 4천 배의 효과가 있는 신비의 호르몬이라고 한다. 오늘 이런 물질이 우리 몸속에서 생성됐다면 우리는 복 많이 받은 거 아니겠는가. 


현재의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더 우수한 존재(네안데르탈인)가 있었지만 사라졌다고 한다. 사라진 이유는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만나고 소통하고 협력하지 않고서는 생존도 발전도 할 수 없었다는 걸 말함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협력하는 능력이 있었기에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종족과 동물종을 앞지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소통과 협력의 중요함을 다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58회가 날이 갈수록 빛나는 건 소통과 협력의 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리를 함께하며, 이야기하고 술잔을 나누며 여기까지 동행을 했다. 동행자가 있다는 건 엄청난 위안이고 자산이다. 인생길은 먼 길 가는 여행이다. 먼 길을 즐기면서 가려면 가족은 물론 뜻이 맞는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라피끄(Rafik)는 먼 길을 함께 할 동반자’라는 아랍어다. 가족 이외에 그런 동반자를 만나는 건 역시 대단한 행운이다. 그런 동반자를 만날 수 있었던 건 1958년 이후 65년간 누려온 대단한 행운이었다.


매력자본(erotic capital)이라는 개념이 있다. 런던정경대학의 캐스린 하킴 사회학 교수가 만들어낸 것이다. 매력은 잘생긴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 감각과 활력, 세련미, 상대를 편안하게 하는 기술 등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살 수 있도록 하는 멋진 태도나 기술을 말한다. 이런 멋진 태도나 기술은 나이가 많다고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나이 듦에 따르는 지혜와 여유다. 한마디로 매력은 능력이고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우리 58회원은 이제 축적한 매력 자본을 확산하며 품위 있게 늙어가야 한다.


 그러나 품위 있게 늙어간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품위 있게 늙어가려면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결코 쉬운 일일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을 때 친구들이 “그럼 당신은 자신을 아느냐”고 물었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자신을 모른다는 걸 알 것이 아니라, 자신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오늘 행복했다. 행복은 바로 느끼는 것이지 적금처럼 내일 행복할 것이라고 미룰 일은 아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어디에도 있고 또 어디에도 없다. 스스로 만들면 어떤 곳, 어느 때든지 있고, 스스로 만들지 못하면 어디에도 또 어떤 때에도 없기 때문이다. 행복이 무엇인지 제대로 모르면서 행복 찾아 헤맬 수는 없다. 얼굴 한번 보고 웃고 말 섞는 데에 행복이 있는데 엉뚱한 데에서 행복을 찾을 일은 아니다.


 오찬이 계속되고 와인 잔이 오가는 동안 장동수는 시를 읊었고 대구에서 올라온 장종의, 호주 시드니에서 온 한윤호, 유노상, 이명선 부부가 등장해서 한마디씩 했다. 그렇게 파티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이런 모임 마련하느라 노고를 아끼지 않은 최정규 총무에게 감사한 마음 어찌 전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폐회 선언하기가 아쉽다는 말로 모임은 끝났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우리는 또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아닌가. 모두가 헤어졌다. 하지만 근처 찻집에 다시 모여 또 다른 뒤풀이를 하며 흐르는 시간을 붙잡은 친구들도 있었다. 헤어지기 아쉽다는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2023년 10월 19일 밤, 류동길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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