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연칼럼] 입법 폭주와 막가는 정치, 언제 벗어날까? / 류동길(숭실대 명예교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작성일23-06-09 16:16 조회1,282회 댓글0건본문
[선사연칼럼]
입법 폭주와 막가는 정치, 언제 벗어날까?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기존의 제도와 체제, 상황을 바꾸거나 새롭게 하려는 것이 혁신이고 개혁이다. 이런 경우 불이익을 받게 되는 집단과 그 옹호 세력의 반대에 부딪히기 쉽다. 그래서 개혁과 혁신은 어렵다.
19세기 초 영국에서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그 원인을 기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기계파괴운동(러다이트운동)을 벌였다. 산업화와 기계화라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을 거부한 것이었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과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고 거부하는 경우는 많다. ‘타다’도 그러한 하나의 예다. ‘타다 베이직’은 휴대폰 앱에 출발지와 도착지, 시간을 입력하면 승합차(11~15인승)를 이용할 수 있는 차량 호출 서비스였다.
‘타다’ 서비스는 2018년 10월 시작하자 이용자가 크게 늘어 170만 명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다. 사업 준비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서울시와의 협의까지 거친, 불법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였다. 그러나 ‘타다’의 급성장에 위협을 느낀 택시업계가 2019년 “불법 콜택시”라며 ‘타다’를 고발했다.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택시기사 25만 명과 그 가족들의 표를 의식해 규제에 나섰고, 검찰은 “불법 콜택시 서비스”라며 ‘타다 베이직’ 운영진을 기소했다. 그러나 운영진은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1·2심의 무죄 판결에 이은 최종 판결이었다.
‘타다’ 운영진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0년부터 중단된 ‘타다’ 서비스는 다시 시작되기 어렵다. 총선을 앞둔 2020년 3월 국회에서 민주당 주도로 혁신과 시대 변화의 흐름을 거스르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새로운 서비스의 싹을 잘라 놓고 그런 엉터리 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은 말이 없다.
어이없는 입법의 예는 1865년부터 30년간 시행된 영국의 ‘붉은 깃발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마차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3km(도심)로 제한하고,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고 달리면 자동차는 그 뒤를 따라가도록 하는 법이었다. 이런 시대착오적인 규제로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정치가 눈앞의 표만 보고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면 이런 결과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농민과 간호사의 표를 의식한 양곡법과 간호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하지만 또 다른 법의 국회 통과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이 파업을 조장하는 등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한 것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또다시 유도하기 위한 작전처럼 느껴진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과 ‘방송 3법 개정안’도 갈등을 불러올 것이다. 여야 합의가 아니라 수적 우세를 앞세워 법을 밀어붙이고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퇴행적 정치 행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답답하다. 전세대란 촉발도 2020년 민주당 주도로 통과시킨 임대차 3법이 한몫했다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세계는 생성형 AI(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의 진화 등 4차 산업혁명이 빛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조금 늦으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크게 뒤지는 세상이다. 한국 경제는 이미 저성장 구조에 갇혀 있다. 우리는 성장할 힘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가를 물어보자. 이런 정치, 이런 정책의 끝은 어디일까?
구조 개혁과 과감한 혁신 없이는 위기 탈출도, 성장 지속도 물 건너간다. 연금·노동·교육 개혁이 급하다는 걸 누가 모르는가. 언제까지 이걸 강조만 할 것인가. 이를 밀고 갈 시스템을 갖추고 출발해야 한다.
정치인에게 표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을까만, 표가 중요할수록 국가 경제를 튼튼히 다지는 정책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래야 사는 길이 열린다. 정치인과 정당은 표를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국민에게 함께 뛰자고 외쳐라. 그러면 국민은 호응한다. 그런 국민을 보고 정치를 하라. 사탕발림 정책이나 구호에 국민이 흔들릴 것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류동길 (yoodk99@hanmail.net)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고문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저 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