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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교수의 시론] 난방비·무임승차, `폭탄 돌리기`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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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3-02-06 23:30 조회1,57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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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난방비·무임승차, `폭탄 돌리기` 안 된다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2.9%, 한국은 1.7%, 일본은 1.8%로 전망했다. 한국의 성장률이 낮은 것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일본에 뒤처지는 것도 충격적이다. 성장 전망 0.1% 포인트 차이가 뭐 그리 심각한 것이냐고 반문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는 걸 말해 주는 것이다. 올해 우리는 1%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낮은 성장률에 지속적인 무역적자, 뛰는 물가에 추운 겨울 난방비 폭등까지 겹쳐있는 게 오늘의 한국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위기의식도 없이 허튼 싸움질이 고작이다.


지난 주말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대야당 민주당이 국회를 떠나 장외 집회를 단행했다. 당 대표 방탄집회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집권 여당도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급한 과제는 즐비한데 그런 정치에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우선 난방비 급등 문제를 보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국제 가격은 2021년부터 급등하기 시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다시 폭등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탈(脫)원전 정책의 추진과 그 실패를 감추기 위해 한국가스공사가 8차례 가스요금 인상을 요청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 에너지 포퓰리즘이었다.


그러다가 지난 해 대선 직후 4월에 가스요금을 조금 인상했다. 그런 결과 한전의 30조원 넘는 적자와 한국가스공사의 9조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가져왔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노력은커녕 난방용 뿐 아니라 발전용 LNG 비율을 오히려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가격정상화에 착수, 전기·가스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 가격을 장기간에 걸쳐 조정하지 않은 에너지 포퓰리즘의 대가를 윤석열 정부가 치르고 있는 것이 난방비 폭탄이다. 여야는 난방비 폭탄 책임을 서로 '네탓'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난방비 폭탄은 어느 날 갑자기 터진 것이 아니다. 어쨌든 저소득계층에 난방비 지원은 시급하다. 하지만 정유사에 횡재세 부과와 추경편성은 해법이 아니다.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1984년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제를 도입할 당시 노인인구비율은 6%였으나 올해 18%, 2025년에는 20%, 2040년에는 35%에 이른다. 또한 평균수명은 80년대 초 66세에서 2020년 현재 83.5세로 높아졌다. 초고령사회가 시작되는데 65세를 노인이라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하철 적자가 노인 무임승차 때문만은 아니지만 노인연령기준을 조정하는 문제는 풀어야한다.


무임승차 연령기준을 70세로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연령기준만 조정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노인 빈곤문제와 정년연장, 연금개혁도 함께 다뤄야한다. 연금의 경우 흔히 '국민 눈높이'를 말하지만 적게 내고 많이 또 일찍 받겠다고 하는 건 어느 나라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하면 제도개혁이 불가능해진다. 우리 사회는 세계 최저의 출생률에 빠른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지속 가능한 제도를 정착시키지 못하면 재정적자를 누적시키는 건 물론 미래 세대를 착취하게 된다.


노인 무임승차 연령기준 조정에 노인회가 반대하고 있듯이 어떤 복지제도든 한 번 시행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상황에 안 맞는 정책과 제도를 그냥 둘 수는 없다. 정치적 잣대와 선거에서 표를 의식하면 개혁은 불가능하다. 개혁을 미루면 국가는 성장할 힘을 잃는다. 정책시행에는 때가 있다. 봄에 씨앗을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추수할 게 없는 것과 같다.


난방비 폭등은 제때 대응을 잘못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무임승차 연령조정 문제는 상황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에 폭탄을 돌리지 않고 제도를 원활히 지속하기 위해서다. 고통스러운 개혁을 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 도출은 윤 정부에 맡겨진 과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을 위한 정부라면 다음 정부, 다음 세대에 폭탄을 돌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디지털타임스,2023-02-07> 에서 전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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