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수사’에 대통령이 왜 발끈하나 : 류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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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2-02-21 16:58 조회2,851회 댓글0건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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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대선판이 정책 논쟁보다는 말꼬리 잡기와 상대 흠집 내기로 얼룩지고 있다. 외신에서도 “한국의 대선은 추문과 말싸움, 모욕으로 점철되고 있다”거나 “한국의 민주화 이후 35년 역사상 가장 역겨운 대선”이라는 등의 비판적인 논조를 쏟아 낸다. 부끄러운 일이다. 국민은 여론조사 결과 발표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하고,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기도 한다.
적폐 청산이란 표현이 화두로 떠올라 한동안 공방이 오갔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후보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 청산 수사를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해야죠”라고 답변한 것이 빌미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즉각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발끈했다. 여당도 덩달아 ’어디 감히....‘라는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비난하자, 곧바로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사법 질서에 대한 부정”이라며 극도의 분노를 표출한 바 있다.
2017년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적폐 청산은 시대정신”이라고 했다. 그리고는 집권하자마자 적폐 청산을 국정 과제 1호로 삼고, 정부 각 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운용했다.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많은 사람을 구속시켰고, 내 편 네 편을 갈랐다. 이번에 윤 후보를 거세게 비판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과거에는 "적폐와 불의를 청산하는 게 정치 보복이라면 그런 정치 보복은 맨날 해도 된다"고 말했었다.
적폐(積弊)는 구조화된 악습과 부패, 부정, 비리, 불합리한 관행 등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을 말한다. 적폐는 청산한다고 해도 또 쌓인다. 적폐 청산이 집권자가 휘두르는 정치 보복의 칼날이 돼서는 결코 안 되는 것이다. 정치 보복이라는 냄새만 풍겨도 국민은 편이 갈라지고 갈등은 증폭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적폐 청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윤 후보의 발언이 적절한가를 따지기에 앞서 여당과 문 대통령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자기들이 한 적폐 청산은 정의롭고 공정한 것이고, 남이 하는 적폐 청산은 부당하고 정치 보복이라는 것이라면 이게 바로 ‘내로남불’이다.
대통령은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 대상으로 몰았다”고 했다. 그러나 울산시장선거 공작, 원전 경제성 조작,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유재수 전 부산 부시장 비리 등등 정권과 관련된 수사를 뭉개거나 가로막은 게 바로 이 정권이다. 이들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는 검찰총장과 검사들을 손발을 묶고 몰아내기까지 했다. 이보다 더 분명한 근거가 있을까? 문 대통령은 법에 명시된 청와대 특별감찰관도 임명하지 않았다. 선거 소송은 6개월 안에 마치도록 돼 있는데도 재판을 마냥 미루고 있는 대법원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모습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극심한 혼란 속에 대선이 치러진다. 이럴 때일수록 대통령은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문 대통령은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결과에 따라 남북 정상회담이 부적절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지만 선거에 남북 관계까지 끌어들인 것은 ‘대통령의 선거 개입’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그야말로 부적절한 언급이다.
대선은 단순히 어떤 인물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 새로운 정부를 선택하는 일이다. 좋은 선택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한다. 대통령은 국민이 견제해야 할 권력자이면서 또한 국민이 힘을 실어 주어야 할 나라의 대표 일꾼이다. 대통령은 특정 진영의 대표가 아니다. 법치를 앞세워 국민을 통합하는 대통령, 나라가 발전하는 길을 열어 가는 성공하는 대통령을 만들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이 현명해야 성공한 대통령을 만든다.
<선사연 칼럼, 20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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