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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사연 칼럼, 2021-08-25> 아프간과 백신 사태에서 보는 국가의 지도력 :류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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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1-08-25 18:13 조회2,36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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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 이벤트1

<선사연 칼럼, 2021-08-25> 

[ 아프간과 백신 사태에서 보는 국가의 지도력 ]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1958년 경제학과 입학)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한다. 30만 명이 넘는 아프간 정부군은 7만5000명에 불과한 탈레반에 무릎을 꿇었다. 싸울 의지가 없는 군대에는 수적 우위와 월등히 우수한 장비도 아무 의미가 없었다. 국가 지도층이 무능하고 부패하면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생생한 증거다. 우리가 맞고 있는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안보 불감증이란 점에서 남의 일로만 보이지 않는다.

 

오늘의 아프간 사태는 지난해 2월 미국과 탈레반이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협정을 체결했을 때 이미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협정의 ‘미군 철수’ 조항은 탈레반에게 날개를 달아 준 셈이 됐다.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 곧 이어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됐다. 아프간은 베트남의 판박이다. 전쟁 종결과 평화 회복을 내건 파리협정이 1973년 1월 체결됐고, 미군은 두 달 뒤 베트남에서 완전 철수했다. 그리고 2년 뒤 베트남은 공산화됐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대통령 비서실장과 법무부 장관, 도지사 등 남베트남의 각계각층에 북베트남 간첩들이 암약하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가? 간첩 사건으로는 꽤 오랜만에 ‘청주 간첩단’이 최근 검거됐다. 모르긴 몰라도 우리 사회에 간첩짓이나 그 비슷한 언동을 하는 자들은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평화는 협정이나 선언으로 쟁취되고 보장되는 게 아니다. 한반도는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은 정전 상태다. 북한은 현실적인 위협인 핵무기와 미사일을 계속 늘리면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미군 철수 등 온갖 요구를 서슴지 않는다. 그런데도 우리는 북핵 폐기를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북한이 우리 재산인 개성의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해도, 연평도 해역에서 우리 공무원을 사살해도 항의조차 않는다. 여권 국회의원 74명이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까지 했다. 연합훈련이랬자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이고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리 허락을 받았던가? 우리는 왜 북한 눈치 보며 방어훈련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가?

 

평화와 통일이 절실하면 절실할수록 안보를 더욱 다져야한다. 전쟁을 하자는 게 아니라 전쟁을 막기 위해 강군을 만들고 국민이 단결해야 하는 것이다. 아프간 사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을 동맹에만 맡길 수 없다. 우리 스스로 우리를 지키려는 의지와 행동이 중요하다. 2018년 판문점 선언 이후 문재인 정부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목표를 추진해 왔고,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의 제도화”를 강조했다. 북한이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외치는 평화의 제도화는 말의 성찬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평화를 위협하는 결과를 자초할 소지마저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연일 2000명을 넘나드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다. 정부는 K방역과 백신확보를 자랑했지만 자랑에 그쳤다. 백신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문재인 당시 야당 대표는 정부가 슈퍼전파자라고 맹비난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그 말을 잊었는지 백신 확보 실패에 대한 사과는커녕 엉뚱하게 “세계가 모두 겪는 일”이라고 눙치며 ‘2025년 백신 생산 5대 강국 도약’ ‘국민 70% 10월 접종 완료’ 등의 장밋빛 목표를 제시했다. 국민에 대한 희망 고문이 따로 없다.

 

대선 경쟁이 본격화하는 국면이다. 대선 후보들은 돈 뿌리기, 과거 들추기, 편 가르기, 상대 흠집 내기 등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다. 국가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이며 어떤 미래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 제시는 없다. 여당의 선두주자는 포퓰리즘을 계속하겠다는 망언을 천연덕스럽게 내뱉을 정도다. 딱하기론 야당도 못지않다. 문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고 정권 교체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어야할 텐데 집안싸움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프간의 아비규환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정치판의 혼란과 포퓰리즘은 안보와 삶의 불안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경제를 추락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대로 두어선 안 된다. 반전이 필요하다. 국민은 정치에 실망하면서도 정치에서 희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안보 다지는 정치, 국민의 삶을 보살피는 정치, 미래를 여는 정치는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국민은 투표를 통해 그런 희망을 스스로 심어야 한다. 4년 전의 잘못을 내년에 또 되풀이해선 안 된다.

 

필자소개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
    남해포럼 공동대표
    (전)숭실대 경상대학장, 중소기업대학원장
    (전)한국경제학회부회장, 경제학교육위원회 위원장
    (전)지경부, 지역경제활성화포럼 위원장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 숭실대학교출판부, 2012.02.01
     경제는 마라톤이다, 한국경제신문사, 2003.08.30

     `정치가 바로 서야 경제는 산다` 숭실대학교출판국, 2018.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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